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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사람의 두뇌는 단순히 퍼 담는다고 해서 채워지는 빈 그릇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매우 정교한 시스템이다. 기억과 관련하여 우리 두뇌는 단기기억, 장기기억이라는 두 개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단기기억은 기억을 임시로 저장하는 것이다.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를 처리(작업)하는 과정에서 임시로 저장된 기억으로, 작업기억이라고도 한다.
단기기억은 저장 용량이 매우 제한되어 있고 불안정하다. 혹시 누구랑 한창 대화를 나누다가 순간적으로 내가 말하려는 의도를 잊어서 당황한 적이 있는가? 그럴 때 그 책임은 단기기억에 있다. 단기기억은 뇌의 해마가 담당하며, 기억을 보존하는 기간은 1개월이다.
반면 장기기억은 두뇌의 주요 자료 보관소이다. 측두엽이 담당하며, 한 번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면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저장 용량도 무한대에 가깝다. 누군가 알려주어서 전화기 버튼을 누르는 동안만 기억되는 전화번호가 단기기억이라면, 자기 집이나 친한 친구의 전화번호처럼 언제든지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은 장기기억이다.
그런데 왜 우리의 뇌는 기억을 단기와 장기로 구분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두뇌가 스스로 기억할 내용을 선택하기도 하고 버리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뇌는 스스로 판단해서 오래 보관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정보만 장기기억의 창고로 가져간다.
만약 처음부터 장기기억이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부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울 것이다. 그러나 두뇌는 공부만을 위해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또 두뇌는 자기 내부가 쓰레기로 가득차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새로 들어온 정보가 오래 기억할 가치가 있는 것이지 철저하게 따지면서, 우리에게 적합한 절차와 방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절차와 방법을 통해 장기기억으로 들어가는 문의 열쇠를 찾아야 한다.
두뇌는 정말 냉정하다. 자신의 요구 조건을 무시한 공부는 철저히 지워 버린다. 매일 밤늦도록 학원에 다니면서 성실하게 공부해도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공부 시간이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장기 기억이 만들어지는 두뇌의 절차와 방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절차와 방법이란 무엇일까? 바로 우리가 공부한 내용을 두뇌가 오래 저장해두어야 할 가치 있는 정보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다음 세 가지인데, 이것을 '공부의 3요소'라고 불러도 좋겠다.
첫째, 공부를 대하는 긍정적인 마인드, 적극적인 학습 태도.
둘째, 적절한 시간에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는 자기주도의 복습.
셋째, 스스로 터득한 자신의 특성에 맞는 공부 기술.
이 세가지야 말로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공부 잘하는 비법'인 셈이다.
따라서 두뇌가 오래 저장해두어야 할 가치 있는 정보로 인식하고 이를 장기 기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즐거운 마음 상태에서, 꾸준히 규칙적으로 자기주도의 복습을 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발췌:'아깝다 학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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